많은 사람들이 아마존 요가복을 입고, 쿠팡 생수를 마시고 마켓컬리 간편식을 먹는다. 이들은 대형 마트나 유명 제조사 브랜드에서 구매하는 식품, 의류, 가전, 생활용품, 뷰티용품, 반려동물용품 등을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이 직접 생산해서 판매하는 PB(Private Brand) 상품으로 구매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든 영역의 상품이 한곳에 다 모여 있고, 매장에 갈 필요 없이 배송까지 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의 PB를 마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고 품질도 우수하다. 더 이상 사람들이 기존 유통업체나 제조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사실 PB는 새로운 사업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예전에 우리가 알던 PB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품질은 낮더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던 PB가 유명 브랜드 제조사 못지않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저가 대체재를 찾던 기존 타깃부터 프리미엄 수준의 제품을 찾는 타깃까지 모두 섭렵하고 있다. 단순히 이익을 위한 전략이 아닌 시장 전체를 장악하려고 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P-플랫폼(Producing-Platform)으로의 진화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를 제대로 간파하고 P-플랫폼 시대에 맞서 기존 브랜드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전략을 구상해야 할 때다.
아마존, 쿠팡, 마켓컬리의 공통점
아마존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플랫폼이자, 시가총액 기준 전 세계 TOP3 안에 드는 막강한 기업이다. 단순히 상품 판매에서 시작한 이들은 현재 다양한 문화산업에 뛰어들고, 우주 탐사 프로젝트인 블루 오리진(Blue Origin) 등 우주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러한 대기업인 아마존이 최근 주력하는 사업 중 하나는 프라이빗 브랜드(PB, Private Brand)다. 최근 3년 사이에 135개의 PB가 출시됐다.
쿠팡과 마켓컬리 역시 PB 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쿠팡은 2017년 첫 PB인 ‘탐사’를 출시한 이후 올해 6월 기준으로 17개의 PB를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이나 쿠팡, 마켓컬리, 무신사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PB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이들이 더 이상 유통 플랫폼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PB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
PB 시장의 이렇듯 급격하게 성장하게 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품질이다. 생산업체의 제조기술 발달은 물론, 유명 브랜드의 납품을 맡는 생산업체와 거래하는 경우가 늘어 사실상 유명 브랜드 제품과 품질 차이가 없다.
둘째, 패키지 디자인이다. 너무 많은 제품이 쏟아지고 비슷한 품질을 갖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패키지 디자인에 눈이 간다. 얼마나 더 세련되냐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시킨다.
셋째, 경제상황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경제가 성장할수록 PB 매출은 감소하고, 경제가 저성장할수록 PB 매출은 증가한다. 성장이 둔화될수록 소비자들은 실리를 추구하게 돼있다.
PB가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갖게 되면 기존의 유명 제조사들과 동일선상에서 경쟁관계가 된다. 기존 제조사들이 타겟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은 타업체들의 낮은 시장진입률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막대한 빅데이터를 보유한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이 제빠르게 움직이면서 기존 제조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결국 온라인 플랫폼이 P-플랫폼으로 진화되어 가는 것.
포화상태의 공급시장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성장'이 아닌 ‘생존’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고객을 지킬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살아남은 브랜드’에서 찾은 다섯 가지 생존 전략
온라인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성장 가도를 달리는 사이에서도 많은 브랜드 팬을 보유하며 시장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켜나가고 있는 브랜드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파타고니아, 인앤아웃, 블루보틀, 넷플릭스, 이케아, 나이키, 애플 등이 있다. 이들 전략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ㆍ타깃 : 문화적인 기준으로 타깃을 명확하게 정의하라
ㆍ상품 : 고객이 원하는 독자적인 상품을 만들어라
ㆍ선택 : 쉬운 선택으로 고객의 의사결정을 도와라
ㆍ운영 : 차별화된 나만의 운영 방식을 찾아라
ㆍ의도 : 상업적 의도를 숨겨라
ㆍ상품 : 고객이 원하는 독자적인 상품을 만들어라
ㆍ선택 : 쉬운 선택으로 고객의 의사결정을 도와라
ㆍ운영 : 차별화된 나만의 운영 방식을 찾아라
ㆍ의도 : 상업적 의도를 숨겨라
"이케아는 쇼룸을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 집처럼 꾸몄다. 인테리어 소품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놓여 있기도 하고 먹다 남은 피자 박스나 음료 용기가 있기도 하다."
"인앤아웃은 7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동일한 햄버거만 만들었다. 오로지 신선한 재료로 만든 햄버거를 가장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노력한다."
"블루보틀의 중요한 특징은 크래프트 방식으로 커피를 만든다는 점이다. 크래프트는 장인이 정성껏 공예품을 손수 만들 듯 커피 한 잔 한 잔을 정성 들여 만드는 것을 말한다. 스타벅스와 같은 일반적인 카페들은 속도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고객의 주문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와 달리 블루보틀은 아주 느리다."
"나이키는 유명 운동선수나 연예인,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나이키만의 독자적인 디자인을 상품으로 탄생시킨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주로 한정 수량으로 생산해 신발 수집가들 사이에서 희소성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애플의 제품들은 상품의 독자성이 높은 걸로 유명하다. 독자적인 운영 체제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안드로이드나 MS기반의 제품들과 근본적인 차별성을 가지는데, 애플의 독자성을 표현해주는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디자인이다."
PB 시장이 성장할수록 거대 온라인 플랫폼은 점점 더 생산과 유통을 겸비한 P-플랫폼의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많은 유통업체와 제조사는 지금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이러한 P-플랫폼 시대에 유통업체와 제조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브랜드 팬’을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