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전 세계 비즈니스 분야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 하나를 꼽으라면 ‘구독경제’, 이른바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구독)’일 것이다. 앞으로 5년, 혹은 10년 안에 의식주를 포함한 모든 물건의 매매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바로 ‘서브스크립션’이 있다. 도요타, 파나소닉 등 세계 유수의 레거시 기업들이 앞다투어 정기구독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기구독 서비스의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판도가 바뀐 업계도 있다. ‘스포티파이(Spotify)’나 ‘넷플릭스(Netflix)’처럼 무제한으로 음악, 동영상을 제공하는 업계가 대표적이다. 일례로 일본의 음악 구독 시장은 2018년에 5년 전보다 11.3배 늘어난 349억 엔(광고 수입 포함)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매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좋아하는 음악, 동영상을 구매해 즐기던 형태에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는 형태로 소비 트렌드가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브스크립션이란 신문, 잡지 등의 ‘정기예약구독’을 의미하며 사전적 의미는 ‘제품과 서비스 등을 일정 기간 이용하는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구매 방식’이다. 정기구독 모델은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다달이 정해진 요금을 내면 언제든 주차할 수 있는 월정액 주차장이나 휴대전화의 월정액 무제한 통화 등은 이미 익숙해진 지 오래다. 정수기나 안마기 등의 렌탈사업부터 쿠팡과 같은 소셜커머스의 정기 배달 서비스도 정기구독 비즈니스의 예가 될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러한 정기구독 비즈니스의 미래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데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정기구독 비즈니스 모델은 지금까지와 무엇이 다를까?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구독경제 비즈니스

1. 대기업 진출
소매나 서비스업이 주류를 이룬 이전과 달리, 제조회사가 직접 자사 제품 판매에 정기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도요타의 '킨토(Kinto)’, 기린맥주의 '홈탭(Home Tap)’ 서비스다.

2. '공유'의 인식
‘소유’가 아닌 ‘이용’이라는 소비자의 니즈를 공략하는 것. 예를 들어 장난감 대여 회사인 '토라나(Torana)’의 ‘토이사브!’는 아이의 성장과정에 맞춰 지능 발달 완구를 정기적으로 배송, 교환해주는 서비스다. 이들은 고객에게 맞춤형으로 대여해주며, 대여가 끝난 상품은 중고로 되판다.

3. 개별 커스터마이즈(customize)
오늘날의 구독 서비스는 고객별 기호와 취미에 맞춰 상품을 추천, 제공한다. 대표적인 예로 월정액 패션 대여 서비스 '에어클로젯(AirCloset)’은 고객이 등록한 선호 복장, 색, 상황 등을 고려해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옷을 추천해준다.


정기구독은 기업 입장에서 안정적인 수입은 물론, 고객과의 깊은 유대감을 쌓을 수 있다. 또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흐름을 분석해 상품 개선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허나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하고, 시장 확대로 인해 고객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구독 2.0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소비 경험'과 '압도적인 편의성', '비용 우위성'에 집중해야 한다.









인구감소 시대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하는 기업의 전략

전 세계적으로 대기업이 잇따라 정기구독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인구는 줄어들고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짐에 따라 기존의 방식으로는 시장 확장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도요타가 수익 측면에서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음에도 정기구독 비즈니스에 뛰어든 이유는 자동차를 소유하던 형태에서 이용하고 활용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소비 트렌드 변화’, IT 기업과 리스 회사가 직접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의 변화’ 등을 인정하고 다변화하는 자동차 이용 형태에 대응할 만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함이었다. 세계적인 종합 전자기술 기업인 파나소닉이 커피 로스팅 정기구독 사업에 뛰어든 이유 역시 더 이상 하드웨어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주방가전을 진화시켜 새로운 식(食) 서비스를 제안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과 같이 국내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때문에 신규 고객 확보에 힘을 쏟기보다는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다지는 데 전념하는 편이 유리하다. 많은 기업들이 정기구독시장에 뛰어든 배경에는 이러한 사회 정세 및 사업 환경 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숨어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이 새로운 고객 접점 통로가 되면서 제조회사가 소비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정기구독 사업에 진출하기 용이한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이처럼 정기구독 비즈니스는 기업의 규모를 떠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미래 시장의 엘도라도라 할 것이다.



정기구독의 양면성
고객의 입장에서 정기구독은 ‘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겠다’라고 약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기구독의 본질은 ‘지속성’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 구독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상품을 미리 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 가령 ‘넷플릭스’의 경우 정기결제한 뒤, 아무 때나 본인 시간에 맞춰 보고 싶은 작품을 시청하면 된다. 더불어 취향에 따라 추천 받거나 무제한으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찾을 필요가 없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고객 입장에서 구독 서비스의 단점은 ‘약속’에서 오는 심리적 장벽이다. 특히 상품에 대해 잘 알지 못 하는 상황에서는 위험과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은 고객을 묶어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 가령 구독해지나 탈퇴 절차를 간소화해 고객으로 하여금 쉽게 들어오고 나갈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기업 입장을 살펴보자. 기업은 정기구독을 통해 지속적인 수입이 보장된다. 이때, 기업은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한다’라기 보다는 '고객을 유지한다’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고객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 또한 중요하다.
정기구독 서비스를 출시하는 기업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요금 책정이다. 지속적인 특징을 지닌 만큼, 요금을 자주 변경하는 것은 고객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지름길이다. 또,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품질 높은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



적정 요금 책정하기
성공적인 정기구독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선 서비스 설계가 중요하다. 
'코어 밸류 프로포지션(Core Value Proposition, CVP)’이란 고객에게 제공하는 핵심 가치를 말한다. 쉽게 말해, '누구(고객)에게, 어떤 편익(이익)을, 얼마(요금)에 제공할 것인가?’인데, 상품에 따라 유연하게 매치하면 된다. 타인에게 CVP를 보여줬을 때 ‘괜찮다’라는 반응을 듣는 것만으로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KPI 세우기
성장을 위해서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를 세워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인풋 KPI'와 '아웃풋 KPI'를 잘 구별해 사용하는 것이다. 인풋 KPI는 구사하는 전략이 목표달성으로 잘 이어지고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고, 아웃풋 KPI는 다양한 전략을 실시한 결과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상적인 KPI를 세우기 위해서는 액셔너블(actionable)한 자세가 유지되어야 한다. 특정 KPI 향상을 위해 구체적인 전략을 취하고 컨트롤 할 수 있는 것. 이러한 자세는 장기 성장 실현의 구조를 이끄는 동력이 된다.